유럽 군주 ‘현존 최장 52년 재임’...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 전격 퇴위 선언
신년사 통해 퇴위 결심 밝혀
현존 군주 중 최장기간 재위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이 지난해 12월 3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크리스티안 9세의 궁전 아말리엔보르 성에서 퇴위를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현존하는 군주 중 최장 기간인 52년 동안 재위한 덴마크 여왕이 전격적으로 퇴위를 선언했다.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는 지난달 12월 31일(현시지간) 밤 방송으로 생중계된 신년사를 통해 “재위 52주년 기념일인 1월 14일 왕위에서 퇴위하겠다”고 밝혔다.
왕위를 큰아들인 프레데리크 앙드레 헨리크 크리스티안(55) 왕세자에게 넘기는 마르그레테 2세는 퇴위를 결심한 계기로 자신이 받은 수술을 거론했다.
그는 “의료진 덕에 경과가 좋지만 여왕으로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르그레테 2세는 그 동안은 죽을 때까지 왕위를 지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날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신년사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 인공지능(AI) 등 현안을 언급하다가 갑작스럽게 퇴위를 밝혔다.
여왕이 퇴위를 발표한 뒤 아말리엔보르크성 주변에 집결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이 2022년 9월 11일(현지시간)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에서 열린 즉위 50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해 아들 프레데릭 왕세자와 포옹하고 있다.
82세인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1972년 1월 14일 아버지 프레데릭 9세가 서거하면서 1972년 31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경호원 없이 코펜하겐 거리를 거니는 등 소탈한 행보를 보여 덴마크 국민에게 널리 사랑받아 왔고, 왕실의 현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뒤로는 유럽에서 최장 기간 재위한 군주가 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성명에서
“왕국을 위해 평생 헌신하고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기울인 여왕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경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