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 12궁과 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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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출처

달에 사람을 보내고 화성표면에서 물의 흔적을 찾아내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일간지 열독률 조사를 해보면 가장 가독성이 높은 코너가 ‘오늘의 운세’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한국뿐 아니라 서양의 유수한 일간지에도 ‘점성술’ 코너가 버젓이 존재한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에서 별자리가 통용되기 시작하였고, 기원전 6세기경에는 서양 점성학의 근간이 되는 황도 12궁의 지식이 완성됐다. 원래 바빌로니아의 점성학은 주로 제국과 제왕의 운명을 점치는 데 쓰였지만 이 점성학이 그리스에 전해진 후 기원전 3세기경부터 개인의 길흉사를 점치는 방법으로 널리 퍼지게 됐다. 그리스로 전해진 점성학은 과학지식과 연결돼 복잡한 체계로 발전했는데 행성들을 동식물, 색채, 인체의 각 부분과 대응시켜 각각 해당 행성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서양의 점성학은 그리스-아라비아를 거쳐 중세 유럽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에서는 독자적으로 점성학을 발전시켜 기원전 3000년 전, 팔괘를 완성한 복희씨에 의해 시작된 주역과 천지인(天地人)을 근간으로 한 삼원철학을 기본으로, 혜성과 초신성의 출현, 일식과 월식 등 천문의 특수한 변화를 가지고 국가의 흥망성쇠와 길흉을 점쳤다. 하늘을 형상화한 십간(十干)과 땅을 형상화한 십이지(十二支)의 개념은 전설상의 황제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뒤, 기원전 1600년경 은(殷)왕조에 이르러 십간과 십이지를 음양에 따라 결합한 육십갑자(六十甲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육십갑자는 60을 주기로 연·월·일시가 순환하는 체계로 동양의 시간관념을 지배해온 역법이자 천문이라는 우주 현상을 시간 속에 표현한 일종의 시공간좌표라고 할 수 있다. 십간십이지는 한국과 일본, 북쪽으로는 몽골, 남쪽으로는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전파됐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태양계의 다섯 행성에 우주 만물의 기본 요소인 수·금·화·목·토를 연결시키고 세상 만물을 음과 양으로 나누는 주역의 음양(陰陽) 개념을 결합해 운명(運命)을 판단하는 음양오행설이 발달한다. 그리스와 유사하게 천체의 위치와 운행은 음양오행을 매개로 방위, 인간의 운명과 성격 신체 부위, 색채, 미각 등 다양한 분야와 대응한다.

서양의 별자리와 동양의 별자리는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북극하늘에 7개의 별이 국자모양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북두칠성(北斗七星)이란 별자리는 인간의 운명과 수명을 관장한다고 하여 한국과 중국에서 예로부터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다. 반면 한국의 무속에서는 이를 칠성신으로 신격화했고 칠성신을 모시는 칠성각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나침반이 없던 시절 천구의 정북에 위치해 길잡이 역할을 했던 북극성이 북두칠성에 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이를 보고 국자 모양을 연상하는 대신 큰곰자리란 이름을 붙였다. 큰곰자리의 꼬리부분에 북두칠성이 있고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에 포함된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사랑하던 여인 ‘칼리스토’가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질투로 인해 곰으로 변하자 이를 안타까워한 제우스가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동양의 명리학이나 서양의 점성학의 뿌리는 모두 우주와 인간에 대한 성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요즘 인문학이 대세인데 명리학과 점성학을 재조명해 동서양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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